동남아 여러 나라 중에 필리핀이 은퇴이민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생활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인기가 좋은 것 같다.
그러면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어디일까? 대도시인 클락에 한국인 들이 많이 살고 있다지만 아마도 기후측면에서 살기 좋은 바기오와 카비타주 신랑시에 은퇴이민자가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은퇴이민으로 가는 방법과 관광비자로 입국해서 생활하다가 비자를 연장하는 방법이 있다. 후자의 경우 번거로움이 많지만 거리가 그리 멀지 않고 항공료도 저렴하기 때문에 필리핀에서 반, 한국에서 반을 거주하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그러면 필리핀을 은퇴이민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고려해야 하는 사항을 분야별로 정리해 보자.
먼저, 필리핀내 거주지는 어디서 사는 것이 좋을까? 고려요인은 ①살 집을 결정해야 하고 ②어느 지역에서 정착하고 ③주변 환경은 어떤지 살펴봐야 한다.
사람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 즉 집이다. 필리핀의 경우 외국인에게는 법인으로만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 법인도 필리핀 현지인이 꼭 1명이 포함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연립주택 4채를 지어놓고 20가구가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있는데 이들이 법인을 구성해서 등기를 냈고 필리핀인 1명도 같이 등기부에 등재되어 있다.
가격은 얼마정도 일까? 25평 연립주택 1층에 7천5백 정도이고 청소 경비등 관리비로 매달 10만원정도 내야 한다. 다만 소규모 주택이기 때문에 울타리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지만 보안은 아주 좋다.
구입보다는 렌트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복잡한 행정절차를 이행해야하는 법인 보다는 한국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렌트하는 것이 훨씬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내 개인주택의 경우 매매가격이 2~3억 정도이며 렌트는 1층 또는 2층을 임대의 경우 월 40만원 정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거주 조건에 기후도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 카비타주 신랑시 산톨의 경우 해발 400m 고지에 위치하고 있어 시원한 느낌이 든다. 기온은 30도 정도로 높지만 습도가 없어 그늘 밑에는 여름같이 느껴지지 않고 시원하며 열대야 현상은 전혀 없다.
주변 환경도 중요하다. 신랑시의 경우 연립주택 주변의 필리핀 마을은 50가구 정도이지만 서로 간섭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 가끔 마을 기금을 내놓으면서 좋은 관계만 유지한다.
그러나 대규모 외국인 주택시설이 있는 메트로시티의 경우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 많은 사람이 모여살고 주거시설 및 편의 시설이 잘 갖춰있지만 약간 습하고 기후가 더운 편이고 거주비용도 비싼 편이다.
평상시 생활도 중요한 결정요인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골프로 시간을 보낸다. 골프 비용이 워낙 싼 편이기 때문이다. 평생 회원권은 5백만원 정도이고 그린피는 1년에 75만원만 내면 된다. 이것을 제외하면 매일 골프 치는 비용으로 캐디피 약 7500원 정도이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집안 살림은 필리핀 현지 가정부를 시간제로 쓴다. 청소와 빨래 등 가사를 하루에 2시간 정도 도와주는데 한달에 4만원 정도면 된다. 만약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매일 골프, 가정부, 외식, 맛사지 등 기본적인 생활까지 가족 2명 기준 한 달에 15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어떤 이는 가정부에 운전기사까지 두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운전기사는 필요할 때만 쓴다. 멀리 관광을 간다든지 현지 사정에 밝은 그들이 운전하면 장점이 많기 때문에 관광할 때 주로 기사를 쓰고 인건비 또한 하루에 1만원정도이기 때문에 부담도 없다.
그럼 이주 후 가구나 차량 등 기타 물품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현지에서 구입할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가져가야 유리한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옷장등 가구 등은 대부분 나무 제품으로 현지에서 사는 것이 유리하고 가전제품의 경우 국산이 좋기 때문에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차량의 경우에는 현지에서 중고로 사는 편이 좋다. 4~5년된 일제 승용차가 1천 5백만원 정도이지만 상태는 아주 좋다. 기온변화가 심한 우리나라의 중고차와 4계절 비슷한 기후를 갖고 있는 필리핀의 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필리핀 자동차가 성능 면에서 상당히 우수하다.
그렇다면 주거비, 가구, 차량 등 이주하는데 총 얼마 정도면 가능할까? 사람마다 같을 수는 없지만 주택구입비 5천만원, 차량구입비 1천5백만원, 골프회원권 5백만원, 기타 가구구입 등 잡비 3천만원 등 약 1억 안쪽이면 가능하다. 집을 구입하지 않고 임차를 한다면 주택비용을 제외하면 된다.
문제는 안전이다. 필리핀은 총기 소유가 합법적이고 한국인을 상대로 살인 사건도 심심치 않아 안전에 문제가 있는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관계나 현지인들과의 치정, 또는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한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 대부분이 그들과의 금전 또는 한국인끼리 사업과 얽혀 다툼이 생길 때 청부 살인들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은퇴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은 인생2막을 새롭게 열어가고 싶은 욕망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새로움이 행복과 연계가 되어야 은퇴이민이 성공할 수 있다. 골프와 관광 등 기초적인 쾌락만을 추구했을 경우는 정신적 행복요건을 채울 수 없다. 현지인들과 소통하면서 인간적인 정 또는 행복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야 진정한 인생2막을 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