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모 초등학교에서 선생이 학생을 폭행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누가 봐도 비난받아 마땅한 장면 이었다. 혈우병을 앓고 있는 아이까지 폭력을 가했다니 교육자로서는 있어서는 안 될 행위였다.
요즘 학교는 그 옛날 우리가 다니던 학교와는 사뭇 다르다. 1977년 고등학교 2학년 영어시간 이었다. 40대의 남자 선생님이 수업 중에 교도소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 중 한명이 선생님 그렇게 자세하게 아시는 것을 보니 교도소 같다 오신 것 같네요! 농을 던졌다. 그날은 그냥 모두 다 웃고 넘어갔다. 그러나 다음날 다시 영어시간이 돌아왔다. 선생님이 들어서자마자 어제 농을 건 친구를 불러내더니 자신이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 얼굴을 수없이 가격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집에서 생각해 보니 괘씸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무시한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그 상황을 생각하면 실소를 금치 못한다.
아마도 지금 이런 일이 공개 됐으면 앞서 말한 서울 초등학교 폭력 이상의 가혹행위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그때는 선생님의 권위에 감히 도전하지 못하고 참고 넘길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고 추억으로 넘길 수 있는 순박함이 이었던 시절이다.
그러나 지금은 교사의 권위보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힘이 앞서는 형국인지라 이런 일들이 학교사회를 떠나 심심치 않게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곤 한다. 특히, 정보통신의 발달도 학생과 학부모의 힘을 키워주는데 일조를 했다.
이 중 한명이 슬리퍼에 당한 친구
요즘은 초등학교 학생까지 모바일 폰 사용이 대중화 되는 바람에 불미스런 장면들은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간다. 학생들이 영리해진 덕분에 교사들의 운신의 폭이 줄어든 것이다.
학부모의 힘은 어떠한가? 핵가족 시대, 자식에 대한 일방적 보호 본능은 학교생활 깊숙이 영향을 미친다. 며칠 전 들은 이야기다. 이혼 후 홀로 중학생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다. 하루는 아들이 교사로부터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다리를 구타하는 바람에 퍼렇게 멍이 들어 집에 왔고 다음날 학교를 가지 않겠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선생님이 아빠가 없어 무시하는 것 같다는 말까지 들은 엄마는 학교를 찾아가 강력히 항의하고 교육청까지 민원을 넣었다는 것이다.
물론, 화가 날만하다. 아빠가 없는 서러움이 아들의 마음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매 맞은 것 보다 더 서글플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갖도록 한 선생이 미울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아이가 왜 맞았을까?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얼마나 잘못을 했는데 피멍이 들도록 맞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은 것이다.
과도한 폭행은 분명 잘못된 행위이다. 교육자로서 감정을 실은 매는 오히려 교육효과를 반감시킨다. 이에 맞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대응도 어떨 땐 너무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매를 맞고 오면 우선 화부터 내지 말고 왜 그러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하다. 교사의 권위도 존중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인격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기관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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