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을 기준할 때 29,000일이 반복된다. 행복하고 기분 좋은 날, 슬프고 불행한 날, 아니면 그저 그런 날 등 반복되면서 이마의 계급장은 늘어만 간다. 반복되는 일 대부분은 인생을 살면서 경험했던 일이다.
그러나 오늘 내 인생에서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당한 것이 아닌가! 35명이 참여한 과 회식에 사적인 모임과 우연히 만난 옛 동료 등 3번의 술좌석이 어느 순간 정신을 잃게 만들었고 결국 응급실에 실려 가고 만 것이었다.
기억나는 것은 얼굴이 시멘트 바닥에 부딪쳐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고 길에 쓰러져 있는 것을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내 휴대전화로 집사람에게 연락하게 됐고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게 된 것이다. 응급실에서 깨어보니 처가식구와 조카, 그리고 아들이 한심한 내 꼴을 보면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턱에는 찰바상을 눈 옆에는 5바늘을 꿰매면서 소동은 마무리 됐다.
분명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신 것은 내 잘못이다. 지금도 사고가 난 곳이 어디이고 어떻게 병원에 실려 갔는지 기억이 없으니 한심할 노릇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내의지가 전혀 작동 할 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같이 술을 마신 동료들이 택시만 태워 보내줬어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과 동승을 해도 처벌을 받는데 만취한 사람을 돌봐주지 않으면 처벌하는 법은 없나 모르겠다. 추석 연휴 전에 일어난 한바탕의 소동은 영광의 훈장 덕에 연휴 내내 창밖의 보름달을 보면서 집안을 지켜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