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대전 도심의 한복판 둔산의 보라매공원을 찾는다. 깊은 산중에서나 볼 수 있는 오색빛깔단풍의 숲을 도심에서도 어렵지 않게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라매공원은 활주로와 같이 길게 조성되어 있어 가을에는“낙엽의 거리”로 겨울에는 하얗게 내려앉은 눈을 밟으며 조용히 산책을 할 수 있어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축소해 놓은 것과 같은 도심속 휴식공간이다.
매년 같은 공간에서 이 공원을 내려다보지만 순백의 모습에서 싱그러운 그린을 거쳐 오색의 단풍으로 하루하루 변해, 앙상한 가지로 남아 한 겨울을 맞는 것을 보면 자연과 사람의 삶이 닮음 꼴이라는 것을 매년 느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 3월 밤새 내린 눈이 파랗게 잎을 들어내는 나뭇가지에 수북이 내려앉아 눈꽃을 피웠던 바로 그곳이 이번에는 자신의 일생에 최고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낸 뒤 한 잎 한 잎 자연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보낸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또다시 연약한 가지위에 하야케 핀 눈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막을 수 없는 세월의 흐름 속에 창밖에 변해가는 광경들만이 지금 내가 서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 자아를 발견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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