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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방네 여행 후기

강호동이 다녀온 지리산 둘레길 평가

 
 

깊어가는 가을, 어디론가 떠나 울창한 숲속 하나 둘 춤을 추며 내려앉는 낙엽을 보고 사색하고픈 시기다. 그래서 선택했다. 강호동의 1박2일에 방영되어 일약 전국에 알려진 지리산 둘레길 3코스를 선택한 것이다.


 오전 12시 인월 금계구간 19.3km를 하루에 다 돌기는 무리라 생각, 이 코스의 1/3지점인(7km) 정류장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마을 인근에 있는 언덕부터 시작한 이 코스는 야산의 밭을 이용한 각종 작종 작물 재배와 감나무등 유실수 등이 유난히 많아 보였다.


 밭에서 재배하는 초록의 고사리와 붉게 물들어 가는 사과와 홍시, 그리고 금방이라도 쏟아 질것만 같이 딱 벌어진 알밤을 눈으로 입으로 즐기면서 오르락내리락 한참을 걷다보니 이번에는 노랗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황금들녘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이런 것들이 지리산 둘레길의 첫 번째 맛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한참 가을걷이를 하는 농촌 들녘의 풍요로운 모습을 하나하나 담아 가는 재미 바로 이것이 둘레길을 들어선 첫 번째 느낌이었다.

 두 번째는 숲길을 걷는 재미이다. 중간 중간 시멘트 포장길이 있긴 하지만 낙낙장송들이 즐비한 숲속을 걷는 재미는 등산보다는 힘이 덜 들어 옆 사람과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걷기에 좋은 코스로 보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안내표지판인 나무기둥에 번호만 새겨져 있지 이곳이 몇 km 지점인지 정보가 없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모르고 걸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페이스에 신경을 써가면서 트래킹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역시 지리산만이 갖고 있는 산새이다. 해발 600m 고지에서 내려다본 마을 풍경과 계단식 농경지, 그리고 저 멀리 바라다 보이는 천황봉등은 이 코스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비록 5시간의 여정 중에 아주 이따금씩 나타나지만 이런 산세를 보면 이곳이 지리산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난다.


 마지막으로 강호동의 1박2일에서 이곳을 찾은 뒤 이 지역과 주민들이 삶의 변화, 즉, 미디어의 영향력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방송이후 주말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 코스를 찾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 당연히 생겨나는 것은 간이식당과 숙박시설이다. 중간 중간에 막걸리와 비빔밥을 파는 간이식당이 손님을 맞고 있고 특히 강호동이 촬영한 한 식당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또한 경치가 좋을 만한 곳은 어김없이 숙박시설과 전원주택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청정지역 지리산이 개발의 힘에 점점 더 점령당하는 꼴이 된 것이다.


 아무튼 호기심 반, 기대 반, 지리산 둘레길 여행은 5시간 만에 끝이 났다. 사람마다 생각의 관점과 느낌이 다르지만 나 자신이 이번 여행을 평가한다면 기대만큼은 아니다 라고 본다. 지금까지 각 지역별로 개발해 논 올레길은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 그러나 지리산 둘레길은 등산도 아니고 절경을 보여주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울창한 숲 속을 거니는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산길을 걷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