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열심히 골프 연습장에서 연마한 실력이 드디어 오늘 공식 스코아 보드에 기록되는 날이다. 계룡산의 끝 자락, 계룡대 골프장에 내려앉은 운무가 채 가시지도 않은 7시 40분 두 번째 팀으로 우리들 멤버 4명이 티업을 준비하고 나섰다. 스틸스틱을 활용 티오프 순서를 정한 것이 공교롭게도 머리를 올리러 간 내가 1번 타자로 출발선에 섰다.
티칭 프로로부터 칭찬까지 받은 드라이버 풀스윙을 배운 그대로 허공에 대고 세 네 번 휘두른 다음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머릿속에 그렸던 멋진 샷은 잠시, 다운스윙에 내려온 헤드가 얼어버린 그린에 뒤땅을 치면서 불꽃이 번쩍 일어나더니 공은 오른쪽으로 힘없이 오비가 나고 말았다. 휠드의 첫 타석을 보기 힘든 불꽃놀이만 처다 보면서 씁쓸하게 내려오고 만 것이다.
나머지 멤버들은 6개월에서 8년 가까운 경력을 가진 골퍼들이지만 풀스윙을 하지 않고 정확한 임팩트에 중점을 두어 무난하게 페어웨이에 안착시켰다. 신기한 것은 페어웨이 중앙, 오비 티 그라운드까지 걸어서 이동해 가는데 경보음이 나면서 아무도 타지 않은 전동차가 구불구불한 길을 혼자 가는 것이 아닌가? 처음 나온 촌놈이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아 캐디에게 물었다. 어떻게 가능하냐? 도로 중앙에 깔아 놓은 유도선이 전동차와 무선으로 연결돼 다음 장소로 걸어서 갈 때에는 무인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란다.
어째든 이렇게 시작한 계룡대 정규 18홀, 슬라이스로 드라이버 샷이 고전을 면치 못한 채 하나하나 경험해 보고 가는데 오늘의 하이라이트 130m 파3홀이 다가왔다. 아이언 샷은 비교적 정확하게 잘 맞는 듯해 평소 연습 샷처럼 부드럽게 스윙을 했는데 방향은 깃대를 향해 정확하게 가는 듯 보였지만 캐디의 말이 조금 짧아 보이는 것 같다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카터를 타고 그린위에 가까이 가보니 홀컵 50cm 가까이에 내 공이 서있었다. 하마터면 홀인원이 될 뻔한 샷이었다. 홀인원이 되면 기념식수를 할 자격이 주어지는데 나무 값 20~30만원 정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무 앞에 “홀인원 대령 000 라고 기념식수”라 쓰여 있는 것을 보면 머리를 올리러 온 첫날, 이 대열에 합류할 뻔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아무튼 오늘 4시간 여 동안 필드를 누비면서 느낀 점은 연습장에서 감을 잡을 수 없었던 벙커샷, 어프로치샷 등은 이론만 가지고 처음 시도를 해본 결과 어느 정도 무난하게 홀컵에 붙일 수 있어 지만 역시 드라이버 샷이 부정확해 스코어는 그리 좋지 못했다. 캐디가 적어준 스코어는 107타였지만 아마도 후하게 점수를 주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탓 수를 기록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연습장과는 달리 그린 위를 걸으면 여러 가지 조건들을 실제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만족하면서 오늘 라운딩을 마쳤다. 아울러 내년 꽃피는 춘3월에 다시 한 번 멋진 도전을 기약하면서 남은 오후 시간 210m 규모의 계룡대 인도어 연습장에서 잘 맞지 않았던 드라이버 샷을 힘껏 날려 보내면서 머리를 올리러간 골프 초보의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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