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콩 달콩 오씨네 가족

아들이 입대하는 날 논산훈련소 스케치


30년 전인 81214일 유난히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늦은 겨울, 앙상한 가지만 남은 포프라타스 나무가 논산훈련소 주도로 양옆을 도열하듯 서있어 군 입대를 하는 내 마음을 더욱더 쓸쓸하게 만들었던 그곳을 30년 후인 오늘 아들을 데리고 다시 찾았다.


변한 것은 입대하는 사람이 나 자신에서 아들로, 훈련소 숙소가 현대식 건물로, 포프라타스 나무는 침엽수종인 매타스퀘어 나무로 바뀐 듯 보였지만 황량한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 보였다.


이날 입대한 장병이 1,700, 우리일행이 아들포함7명이나 배웅하러왔으니 훈련소 입구에서부터 연병장까지 수많은 인파로 넘쳐나 이순간의 분위기는 황량함 보다는 흡사 시골 장날 같아 보였다.


친구와 애인 그리고 부모형제 들이 다함께 모인 연병장 스탠드 안의 풍경은 세대별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입영장병의 아버지는 옛날 자신이 겪었던 군대생활이야기를, 어머니는 얼굴을 다 큰 아들의 얼굴 비벼가면서 눈물을 훔치고 친구들로 보이는 젊은이들은 응원구호를 소리 높여 합창하는 모습들이 스탠드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드디어 입영장병들은 연병장으로 나오라는 소리에 옆에 있던 덩치 큰 청년 어머니와 손을 잡고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낸다. 이 광경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져 오는 순간 아들놈이 한마디 한다.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 다면서 친구 둘과 동생 그리고 나와 엄마에게 일일이 악수한 후, “나 간다.”는 말을 남기고 뛰어 나가버렸다. 일반병과 포병으로 구분된 1700명의 장병들 중 가장 앞줄에 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모습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던지 집사람은 눈물대신 손만 열심히 흔들어 댄다.


입소식을 마친 후 가족들이 있는 곳을 한 바퀴 돌면서 얼굴을 한 번 더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매일 같이 으르렁 거리며 바람 잘날 없던 엄마와 아들이 오늘 이순간만은 정이 넘쳐나 눈물이 되어 흘러나오더니 급기야 긴 행렬을 쫓아가면서 아들에게 말을 건 낸다.


아들아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군대생활 잘하고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영막사 연병장으로 총총걸음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제 군인의 길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다행인 것은 군 입대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당당히 군대생활을 즐기려하는 생각을 갖고 입대하는 모습에 마음이 조금은 놓여 그래도 되돌아 나오는 길이 한결 가벼울 수 있었다.

장발의 머리로 입대해 훈련소 이발소에서 기간병에 의해 삭발을 당하면서 씁쓸한 마음을 가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논산훈련소에 내 핏줄인 아들을 또다시 남겨두고 나오면서 30년간의 세월이 이렇게 흘러갔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