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를 배치 받고 2주가 지나자 면회를 오라 전화가 왔다. 면회는 되도록 이른 시간에 오라면서 “CD플레이어, 무좀약, 썬크림 등등” 필요 물품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단 몇 시간이라도 일찍 벗어나고 푼 아들의 말을 저버릴 수 없어 토요일 아침5시30분에 대전에서 출발 아침 10시가 가까이에 강원도 원통의 서화에 도착했다.
부대의 정문이라고 너무나 초라한 위병소에 소총을 둘러맨 초병들이 우리를 맡는다. 산 골자기에 위치한 전방의 부대라서 그런지 위병 또한, 어딘가 모르게 촌티가 나는 느낌이 든다. 집사람이 집에서 싸온 음식을 조금 들려주니 고맙게 받아들었다.
위병소에서 연락 후 20여분이 흐른 뒤 선임병과 함께 나타난 아들은 군대 가기 전보다 살짝 얼굴 살이 붙은 듯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제 그토록 원했던 자유를 얻은 것이다.
1박2일의 자유시간 무엇부터 할 것인가 물으니 우선 탕수육하고 자장면부터 먹자고 한다. 아침 11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에 점심을 먹으러 중국집에 들어섰다. 원하는 대로 탕수육과 쟁반자장을 시켜놓고 한동안 군대에서 맛보지 못한 음식 맛을 보는데 아들 하는 말, 기대했던 것 보다 맛이 없다는 것이다.
숙소를 잡고 한바탕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난 후 이번에는 저녁을 먹으로 일찍 숙소를 나섰다. 저녁을 뭐로 먹을까 물으니 “생선회”를 먹고 싶단다. 그래 먹고 싶은 것 실컷 먹어봐라! 라 하고 모듬으로 대자를 시켜줬다.
회를 좋아하는 아들인지라 회는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스끼로 나온 전이라든지 배가 불러 올 수 있는 것은 입에 잘 넣지 않는다. 이유인즉, 군대 선임들이 외박 나가서 음식 먹는 요령을 교육시킨 것이다.
첫째, 군대에서 나오지 않는 음식을 먹는다. 그래서 탕수육과 자장면, 생선회를 1차적으로 찾은 것이다.
둘째, 매인 음식위주로 배를 채운다. 절대 배가 부를만한 반찬은 먹지 말고 매인 요리 위주로 배를 채워 나가라는 것이다.
셋째, 배가 불러오더라도 먹고 싶은 음식은 모두 다 오기로 먹고 귀대한다.
실제로 저녁을 먹고 난 후 밤 11시가 되어서 치킨집에 전화를 걸어 간장치킨1마리와 양념치킨 1마리를 시켜 배를 채운 뒤 잠이 들었다.
이틑날 아침은 집에서 준비해가 재료로 김밥을 싸서 간단하게 먹고 점심을 먹으러 또 나갔다. 이번에는 갈비와 냉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갈비 집을 찾았다. 먹는 양이 엄청났다. 간식으로 햄버거 한 개를 먹고 나서야 음식과의 전쟁은 끝이 났다.
이제 귀대 시간이 되었고 위병소로 들어가기 전에 하는 말 “ 아 이제는 살 좀 빼야겠다. ” 입대 동기랑 매일 가던 PX도 가지 말자고 약소했단다.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지만 다음번 휴가 때 그 결과를 알 수 있으니 지켜보기로 하고 대전으로 돌아오면서 음식과의 전쟁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알콩 달콩 오씨네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와 토론만으로 명문대에 입학하는 청솔독우회 (1) | 2012.01.30 |
---|---|
부주의가 부른 손가락 인대 부상 (0) | 2011.09.19 |
무사히 신병훈련을 마친 대한의 아들 (0) | 2011.04.08 |
아들이 입대하는 날 논산훈련소 스케치 (0) | 2011.03.06 |
30년간의 흡연 어떻게 끊을 것인가? (0) | 2011.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