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바탕가스주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달려야 따가이따이 화산지대에 도착할 수 있다. 1시간 정도를 달리자 온도가 현격하게 내려가 에어콘을 켜지 않아도 시원한 바람이 창문을 통해 밀려 들어왔다. 이유인즉, 따가이따이 화산지대보다 1000여 미터 높은 고원지대가 길게 이어져 고도에 의한 온도차가 났던 것이다. 창가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가슴이 설레게 만들었다.
바다와 같은 엄청난 호수에 따가이따이 화산지대가 한가운데 섬을 이뤄 위치하고 있어 보트를 타고 20여 분 간을 달려야 화산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트에서 내리자 관광객 몸집을 보고 말을 배정해줬다. 언덕을 올라가야하니 무게가 나가는 사람은 젊고 강한 말이 견딜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안장 앞쪽으로 앉아 올라 갈 때는 앞으로 숙이고 내려올 때는 뒤로 무게중심을 두라는 가이드 말을 듣고 화산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이 오르내렸나 좁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올라가는 말과 내려오는 말이 부딪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잘 훈련이 되었고 가파른 언덕도 거뜬히 뛰어 올라갔다.
정상에 오르자 백두산 천지 같은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화산폭발 작용으로 생긴 분화구에 물이 고여 만들어 졌다. 지금도 저 밑 분화구에서는 연기가 계속해서 피어나오는 것을 보면 화산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정상에는 필리핀 현지인들이 골프채인 드라이버와 음료수, 과일 등을 판매하고 한국 돈을 페소로 바꿔달라는 일명 암달라상도 수십명이 있었다. 처음에 암달라 상인지도 모르고 중년의 여인이 3만원을 페소로 바꿔달라고 해 1,000패소를 줬다. 이 모습을 본 현지인들이 벌떼 같이 달려들어 자기도 바꿔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때야 이들이 암 달라 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환율이 1페소에 27원이니까 내가 준 1,000페소는 1페소에 30원으로 쳐 주었기 때문에 3000원을 더 준 샘이다. 이들로 보기엔 엄청난 돈을 순간에 번 것이다.
실제로 말을 타고 내려오면서 필리핀 마부에게 물어봤다. 이렇게 높이 올라왔다가 내려가는데 하루에 얼마나 받느냐? 이에 대해 마부는 마부와 말은 하루에 한번만 오를 수 있다고 한다. 마부는 인건비는 없고 손님으로부터 받는 팁이 전부다. 팁은 보통 2달러를 받는다. 말은 50페소를 회사로부터 받는다고 한다. 50페소면 한화 1,500원 정도다. 노동의 대가로는 너무 적은 돈이다.
500마리정도의 말이 지입 또는 직영으로 운영되는데 내가 탄 말은 개인소유로 마부의 할아버지 소유라고 한다. 마부의 등에 352번으로 표시되어있는데 이것이 순번이며 집에서 대기하다가 순번이 되면 전화가 오고 말을 데리고 나오면 된단다. 자기는 8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생활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으며 자기 동생과 형들도 다 어렵게 산다며 나의 동정심을 자극했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내려가면 팁을 좀 더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3달러를 줬는데 1달러만 더 달라 손을 또 벌린다. 결국 총 4달러를 줬는데 20살 내기의 동정심에 내가 놀아난 꼴이 되었다.
따가이따이 화산을 관광하고 난 후 저녁식사를 위해 필리핀 식당을 찾았다. 시푸드 레스토랑인 이 식당은 현지인들 중에 주로 상류계층들이 이용하는 식당이었다. 메뉴판에 있는 그림을 보고 고른 음식은 시푸드로 3명이 6만8천원정도 들었다. 3명이 똑같은 음식을 시키는 것 보다 다른 종류의 음식을 시키다 보니 한 음식은 5인분정도가 나와 거의 모두 남기는 우를 범했다. 음식을 먹는 중간에는 두 명의 필리핀 가수가 통기타를 들고 팝송을 불러주는 것을 보면 상류층이 이용하는 식당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사 후 과일시장에 들렀다. 이름도 잘 모르겠고 처음 보는 과일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필리핀에서 제일 유명한 망고와 바나나 그리고 빠빠야라는 과일을 샀다. 이 모든 것이 300페소이니 우리 돈 9,000원으로 2틀 동안 3명이 먹고도 바나나는 반 이상이 남았다.
과일가게를 돌아 뒤편의 정육 시장은 우리나라 60년대의 정육점을 연상될 정도로 노지에 통돼지 등을 척척 걸어 놓은 상태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골프클럽 식당에서 삼겹살을 무한리필을 하는 것을 보면 돼지고기가 엄청나게 싸다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 나절간의 따가이따이 관광을 통해서 본 현지인들의 삶은 우리나라60~70년대를 상상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경제적인 수준이 낮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가가 그만큼 저렴하니까 소득이 적더라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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