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겨울, 늦둥이 공주가 첫 울음을 터트렸다. 기쁨은 잠시,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고 10개월 가까이 병원 치료를 받아야했다. 꼭 건강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달라는 소망과 함께 절대 매를 들지 않고 고이고이 키우겠다. 는 다짐을 일기로 남긴 것이 화근이었을까?
내 소망대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내 일기를 본 우리 공주가 하는 말, “아빠 절대 나 때리면 안돼”, “아빠가 다짐한대로 실천을 해야지” 남아일언 중천금 이라는 金言을 앞세우기 전에 늦둥이 딸이 귀여워 지금까지 회초리 한번 안 들고 키워왔다.
그러나 그릇 된 행동을 어찌 두고 넘어 갈 수 있겠는가? 매가 아닌 다른 방법은 스스로 반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반성문을 써오도록 했다.
지시를 받은 우리 공주 왈, “지금까지 한번도 반성문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쓰는지 몰라 어렵다”는 것이 아닌가? 포기할 내가 아니다. 휴대폰과 MP3 압수를 하겠다는 반 협박성 멘트에 결국 굴복하여 반성문을 써내긴 했지만 반성문이 아니라 경위서 성격이 더 강하다.
반성문의 대부분을 자기가 화낸 이유를 열거해 놓았을 뿐, 반성 문구는 단 한 문장, 용서해 주세요로 끝을 맺은 것이다. 어찌하랴! 처음 써보는 반성문이라는 것을, 더 이상의 요구는 반감만 살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용서를 해 주면서 성적 보다는 인성이 더 중요함을 일깨워 주고 공주와의 반성문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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