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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 달콩 오씨네 가족

집 떠나는 피아노

 

5년여 전에 구입해놓고 거의 장식용이 되어버린 피아노를 오늘 팔아 치웠다. 구입할 당시 만해도 딸이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틈틈이 치더니만 그것도 잠시, 몇 년 전부터는 전혀 소리 한번 내지 않는 “벙어리 피아노”로 변해 버렸다.


 3백만원에 구입해서 130만원에 팔았으니 몇 번 연습하려고 170만원을 지불한 샘이다. 돈도 돈이지만 크지도 않은 집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 우리 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애물단지였다.
  그 애물단지가 드디어 오늘 집을 떠났다.



마나님께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모양이지만 어찌하랴 주인을 잘못만나 제 역할을 못하면 좋은 주인을 찾아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는 천사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백번 나은 것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말한다. 초심의 마음을 끝까지 가지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아마도 피아노를 살 때의 마음은 최소한도 취미로 피아노를 즐겨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비단 피아노뿐이겠는가? 몇 번 쓰지도 않은 운동기구며 전자수첩 등 집안 구석구석에 녹슬고 있는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오늘 수년간 한식구로 살았던 피아노를 떠나보내면서 쓰지 않고 집안 한편에 버려진 것들을 찾아내 새 생명을 불어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