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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방네 여행 후기

헬기에서 내려다본 고향마을

 

집 앞에는 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예당평야가 집 뒤에는 나지막한 야산에 푸름이 더해가는 고향마을, 집 떠난 지 30년이 넘어섰는데도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회상은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 내 마음도 녹아 있는 것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중 략 -



 ▲비록 그 옛날 실개천이 콘크리트 호안으로 얼룩백이 황소가 우리 안에 버글대는 젖소로 바뀌었지만 고향의 하늘은 변함이 없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고향의 風景圖 또한 녹음이 물든 정감 있고 여유로운 시골의 모습이지만 대형축사가 하나 둘 들어서면서 아름다운 고향풍경을 잠식해 버렸다.


 ▲변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어린시절 천정에서 서생원놈들의 찌직 거리는 소리에 밤잠을 설쳤던 시골집이 흡사 카페로 착각할 정도의 예쁜 집으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아무튼 국도가 아닌 하늘 길을 따라 둘러본 고향나들이는 색다른 경험임에 틀림이 없다. 수없이 오가며 돌부리 하나 낯설지 않았던 고향산천이건만 하늘 높이에서는 전혀 감이 오지 않고 몇 번 주변을 정찰한 뒤에야 우리 마을을 찾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바로 이웃 마을까지 공장들이 들어서 있어 아마도 수년 아니 수십년이 지나면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아주 사라질 수 도 있는 고향 마을을 하늘위에서 영원히 가직 할 수 있는 사진을 얻은 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