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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방네 여행 후기

왜? 중국이니까<중국여행기>

5월 15일 (목)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공항(인천) 가는 길, 군데군데 이어지는 소나무 가로수와 공항 인근 가로공원에 식재된 소나무 숲이 인상적이다. 소나무가 그곳의 품격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역시 조금 비싸긴 해도 나무는 소나무다. 기대와 설렘 속에 우리를 실은 동방항공 여객기는 상해를 향해 출발. 임시정부가 있었던 도시, 천지가 개벽되었다고 김정일을 놀라게 도시, 그곳 상해를 향해 우리가 간다. 상해에 도착하니 짤딸막한 키에 야무지게 생긴 현지 가이드가 우리를 반긴다. 변 선생,  동북3성 출신 조선족일 뿐, 중국 국적임을 강조하는 친구다.

우리를 태우고 다닐 버스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관광버스가 아닌 중형버스다. 진청색 선그라스를 끼고 있는 기사는 무뚝뚝하고 시끄러운 말씨의 전형적인 중국인. 먼저 임시정부 청사 유적지로 향한다. 김 구 선생, 윤봉길, 이봉창 등 우리의 의열 단원들이 거쳐했던 곳이다.


우리가 찾지 않으면 어쩌면 개발에 밀려 없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가 나서서 보존하고 기려야할 곳이기에 우리도 그곳을 먼저 찾아보아야 한다. “애국”이라는 거대 담론보다는 우리 선조들의 숨결을, 우리의 혼을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곳이기도 하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우리의 얼과 민족혼을 이어나가기를 바라면서 이곳의 풍경들을 가슴에 담아본다.  이제부터 빡빡한 일정의 버스 투어 시작. 송나라 시대의 수도, 西湖로 잘 알려진 도시, 유서 깊은 항주를 향해 질주. 한참을 달린 끝에 찾은 휴게실, 이곳에서부터 이번 여행에서의  “중국이니까” 해프닝은 시작된다.  손님을 기다리지 않는 관광버스,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기다리는 곳으로 오라고 강변하는 관광버스 기사. “중국이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100km 이상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인데 안전벨트는 없다. 왜? “중국이니까” 한쪽에선 지진으로 아우성인데 다른 한쪽에선 눈도 꿈쩍하지 않는다. 왜? "중국이니까“앞으로 또 얼마나 “중국이니까”를 외쳐야할지 모르는 가운데 우리를 태운 버스는 무사히 고도 항주에 도착했다.

도시가 참 깨끗하다는 인상이다. 나무도 많이 심고 있고, 교통도 한가롭고, 도로도 시원스럽게 정비되어 있고,  모든 것이 넉넉한 도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宋城 歌舞쇼. 宋皇帝가 높은 곳에 앉아 황금빛 찬란한 위용을 자랑하고, 그 아래서 벌어지는 무희들의 歌舞쇼를 즐긴다.

각국에서 파견된 무희들의 축하무대도 이어진다. 아랍국, 일본, 조선까지. 이곳저곳에서 카메라 후레쉬가 터지고, 박수 소리가 우렁차기만 한데 나는 왜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것일까? 휘몰이 장단으로 몰아치는 북한식 춤사위에 처량하기 그지  없는 아리랑 노랫가락이 정말 어우러지기나 하는 걸까? 일제 강점기의 아리랑이 왜 이곳 송나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와서 불리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공연 내내 우리의 엑스포 공원을 떠올리고 있는 처사는 또 무엇인가? 공연은 공연일 뿐 그냥 그 자체를 즐기면 그만인데...이제 하루가  지났는데, 참 많은 상념들이 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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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금)

항주에서 1박 후 황산을 향해 새로운 기분으로 버스투어 시작. 어제 왔던 고속도로에 비하면 차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황산에 다가올수록 말 그대로 드문 드문이다. 30여분 만에 한대씩 스쳐 지날 뿐, 우리가 고속도로 전체를 전세 낸 기분이다.

 우리 같으면 톨게이트를 폐쇄하네 마네 하며편치 않을 터인데. 이곳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다. 왜? “중국이니까”황산에 도착하니 도시 전체가 세계 휘상대회(Trade and Investment) 준비에 한창이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까지 무역 투자유치를 위해 애를 쓰는 걸 보니, 새삼 개혁 개방의 힘과 장사 속에 남다른 중국인 특유의 기질이 실감 난다.

세계대회를 개최하는 도시인데도 교통질서는 엉망이다. 도로를 아무 일 없는 듯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 그 사이를 크랙션을 누르며 빠져나가는 버스. 갑자기 차선으로 달려드는 차량. 급정거로 사람이(조 차장) 다칠 뻔 했는데도 아무런 사과도 관심도 없이 그냥 가던 길을 가는 버스. 참으로 불안하고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이곳에서는 일상이 그렇다. 왜? “중국이니까”

황산은 북한 경보병 여단 군인풍의 김 표씨가 우리를 안내한다. 이 친구 역시 동북 3성 출신의 조선족. 결코 한국인은 아니다. 말투도 연변말인지 북한말인지 어째 느낌이 좀 어눌해 보인다. 중국 제1의 명산 황산에 도착. 날씨도 우리를 환영하는 듯 구름 한 점 없다. 케이블카에 나누어 타고 고소공포증을 이겨내며 황산 등정.

 

아름드리 대나무 숲을 지나 기암괴석,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돋아난 아름다운 소나무들을 완상하면서....우리의 어린 친구 ‘동기’도 꿋꿋이 그리고 신나게 한걸음 두걸음 정상을 향한다. 모든 등산로가 잘 다듬어진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곳에서 힘들게 짐을 나르고 있는 짐꾼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산중 호텔에서 점심도 해결하고, 중국 56개 소수민족을 상징하는 56개 나뭇가지가 펼쳐진 소나무 앞에서 증명사진도 찍고,구름과 안개가 골짜기를 휘감아 오르다 저절로 없어진다는 배운정(排雲亭)에 이르니 눈앞에 펼쳐지는 기암절경에 할말을 잊는다.

 서해 대협곡을 보지 않고는 황산을 얘기하지 말라고 했던가. 눈으로만 느낄 뿐, 몸이 따르지 않는 아쉬움을 뒤로 해야만 했다.

 夢必生花, 뾰족하게 솟은 바위 봉우리 한가운데 거짓말처럼 서있는 소나무 한그루. 원래 있던 나무는 70년대 초 고사했고 지금 있는 것은 모조라고 한다. 

얼마쯤 계단을 오르내렸을까? 우리의 용사 ‘동기’가 넘어져 피를 보고 말았다. 그래도 씩씩하게 다시 힘을 내는 모습이 역시 우리의 용사답다.

 ‘동기’뿐만 아니라 시시 때때로 엄마의 질투를 유발해내는 ‘승미’, 그리고 언제나 말없이 의젓한 ‘현주, 현정’ 모두가 이번 여행의 맛과 멋을 선물해준 우리의 용사들이다.

우리 용사들 파이팅!

황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하산. 족욕과 마사지로 피로를 풀고 숙소를 향해.

내일은 세계 휘상대회가 있는 날, 역시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한다. 시간이 늦으면 교통통제가 되기 때문이라니 어찌할 수도 없다.

 이젠 왜? “중국이니까”를 중얼거릴 뿐. 내일을 위해 푹 자두는 수밖에.

5월 17일 (토)

5시 모닝콜, 5시 50분 집합, 6시 출발, 다시 항주로. 이게 뭡니까? 그야말로 강행군이다. 처음 찾았던 宋城 거리를 지나 그 유명한 항주 西湖 도착. 시인묵객들이 즐겨찾았다는 곳. 사람들이 북적대는 유원지로 변해있을 뿐, 우리가 기대하는 그런 詩的인 여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그나마 위안이 되고, 중국어 실력을 발휘한 이과장님의 활약이 돋보였던 西湖 유람이었다. 또다시 우리의 용감한 기사 아저씨는 엉뚱한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중국인 조선족 변 선생도 화가 잔뜩 나긴 난 모양인데,

 정녕 주빈인 우리 일행은 안중에도 없는 듯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진다. 그들의 자존심인지 아니면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도무지 오리무중이다. 그 친구들 참....

 이제는 상해다. 가자 다시 상해로 동방명주타워가 우리를 기다린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황포강을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 상해는 지금 올해 올림픽과 2010년 엑스포 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정일을 놀라게 했다는 포동지구 동방명주탑. 263m의 높이에서 전시가지를 내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도시 규모가 참 놀랍다. 80층 이상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병따개 모양의 110층 건물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일찍부터 개방의 길로 들어선 도시답게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서커스 관람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외탄지역으로 향한다.

100년 전 유럽열강들의 각축장이었던 만큼 특징적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그 맞은편에선 21세기를 자랑하는 현대가 함께 공존하는 지역이다.

야경이 황홀하다. 오지 않았으면 후회했으리라. 장사치들의 호객소리와 그리고 카메라 후래쉬 터지는 소리, 관광객들의 탄성이 어우러지는 곳. 외탄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다.

우리 가요 노랫말처럼 상해가 용틀임(트위스트)하는 역동성을 느껴본 하루였다. 이제 이번 여행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다. “강행군”, “중국이니까”, “송성가무쇼”, “마사지”, “항주”, “서호”, “황산”, “써커스“, ”상해“ 등등 잠시나마 익숙했던 단어들을 뒤로 하며...  오늘밤은 외탄의 황홀경을 그대로 안고 꿈나라로 직행.


5월 18일 (일)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도시락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이젠 공항으로. 변 선생의 덕담이 이어진다. 고마웠다고, 그리고 즐거웠다고, 특히 우리의 용사 ‘동기’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조금은 힘들었고 조금은 불편했을지 모르지만,  아무 탈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우리 일행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 특히 기간 내내 조바심을 일게 했던 우리 기사 아저씨에게도 수고했다는 인사를 드린다.

“짱꼴라 아닌 씽꼴라.”

로 다름을 인정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깊게 각인 시켜준 이번 “중국이니까“ 여행을 마치며, 아쉬운 일들을 뒤로하고 내일을 기약해 본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김 명 길 記